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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향후 10년 좌우할 글로벌 위험 요인

올해 다보스 포럼(WEF)에서 발표됐던 ‘2015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가 기업과 투자자를 중심으로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WEF는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으로 경제·환경·지정학·사회·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28개의 글로벌 위험 요인을 선정, 발표했다. 각각의 위험 요인에 대해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점도 특징이다. 각국 정책 당국자와 경영인 그리고 투자자가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더 나아가 올해 보고서에서는 잠재적 리스크의 동인들을 13개의 트렌드로 구분해 제시하고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대규모 사이버 공격 요주의
WEF가 제시한 주요 글로벌 리스크 중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국가 간 분쟁(지정학 위험)’이고 발생할 경우 파급력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수자원 위기(사회 위험)’로 나타났다.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5가지 요인은 국가 간 분쟁, 극단적 기상이변, 국가 거버넌스 실패, 국가 붕괴 및 위기, 높은 구조적 실업 및 불완전고용 등이다. 



발생 시 파급력이 가장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5가지 위험 요인으로는 수자원 위기, 급속한 전염병 확산, 대량 살상 무기, 국가 간 분쟁, 기후변화 대응 실패 등이 꼽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체된 중국의 경제성장 ▷취약한 사이버 보안 ▷이슬람국가(IS)의 대두와 프랑스 테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 리스크 ▷유가 급락 ▷에볼라 대처 등 경제·정치·사회 전 분야에서 위험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보고서와 비교할 때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가 간 분쟁’ 등 지정학적 주요 위험들이 수십 년 만에 상위권으로 진입한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화에 대한 환멸은 ▷국가 거버넌스 실패 ▷국가 간 분쟁 ▷대규모 테러 공격 ▷국가 붕괴·위기 ▷대량 살상 무기 등으로 촉발된 국민 감정과 함께 자국 이기주의가 반영된 정책으로 이어졌다.

올해 지정학 위험은 사이버 공격 등 기술적 위험의 대두와 새로운 경제 환경의 영향으로 경제적 제재, 사이버 전쟁 등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 및 신흥국에서 성장과 고용 창출이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아 앞으로 국가주의의 동인이 강화돼 국가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상인데 러시아의 크림반도 사태, 인도의 민족주의자 정치인 득세, 유럽의 유럽연합 통합 회의론자의 확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술적인 리스크의 경우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파급력과 발생 가능성 측면에서 계속 상위에 포진해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물인터넷(IoT)은 혁신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도 발생시켰다. 현재의 인터넷 환경은 해킹 및 정보 유출 등 아직 보안해야 할 점이 많다.

정보가 전 세계로 즉시 전파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의 영향력을 강화해 경쟁 방식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IoT 같은 새로운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환경에 큰 혁신을 가져왔지만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와 노동시장의 대규모 파괴 등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 역시 증가시켰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관심이 증대됐지만 아직 뚜렷한 대응책 없이 대형 자연재해 등 파급력이 큰 환경 리스크들의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도 우려된다. 앞으로 파급력이 가장 큰 10대 리스크 중 3개가 환경 리스크로, 여기에는 ▷수자원 위기 ▷기후변화 대응 실패 ▷생물학적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등이 속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글로벌 물 수요는 지속 가능한 물 공급을 약 40%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물 경작과 관련된 물 수요는 이미 총 물 소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물 부족 등 자원 위기 가속화 
식량자원·수자원·에너지·기후변화 등은 이미 미국 국가정보회의(NIC)가 2030년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로 선정한 바 있다. 각국의 최고 의사 결정자들은 환경 리스크 대응의 중요성을 고려해 수자원 배분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인재에 의한 환경적 재앙 ▷극단적 기상이변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파급력이 과거보다 다소 낮아진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사회 리스크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발전에 따라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국가 간에서는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만 국가 내에서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구조적 실업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압력을 높이는데, 개발도상국에서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빠른 기술적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높은 실업률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어서 대응책이 더 절실하다.

경제적 불평등과 실업은 사회적 안정을 저해하고 평등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안정감을 찾기 위해 국가 전체에 속하기보다 심리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집단에 속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더욱 절실하다. 

더 우려되는 점은 공공 부문의 과다 부채와 고용 문제로 글로벌 경제문제가 이를 더 악화시켜 경제적 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실업 문제가 2018년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실업은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해 저물가 압력을 유발하고 저물가는 채무자의 채무 상환 능력을 떨어뜨려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유지된 낮은 이자율은 자산 버블 리스크를 촉발했는데, 앞으로 버블이 붕괴된다면 실물경제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많은 국가들의 공공 부채 수준이 우려할 만큼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은 경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정·재무 개혁 추진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