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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달러 강세에 기업 실적 ‘빨간불’

지난 1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침내 미국식 양적 완화(돈을 찍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하는 경기 부양책)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중앙은행(Fed) 등은 그동안 ECB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양적 완화를 권유해 왔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유로존)의 경기 침체가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ECB가 막상 양적 완화에 나서자 미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치고 있다. 

ECB가 양적 완화를 발표한 1월 2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전일 대비 1.43% 떨어진 1.12달러에 거래됐다. 유로화 가치가 1.12달러에 거래된 것은 2003년 9월 이후 11년 4개월 만이다. ECB가 시장이 예상했던 5000억~7000억 유로를 훌쩍 뛰어넘는 1조1400억 유로(2016년 9월까지)의 양적 완화를 발표하면서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ECB가 양적 완화를 통해 노리는 것은 장기금리를 하락시켜 투자를 활성화하고 내수를 진작하는 것 외에도 유로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역내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 유로존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Fed가 지난해 양적 완화를 종료하면서 이미 달러 가치는 유로화에 비해 작년 한 해 동안 15% 급등한 상태다. 미국 수출 기업들이 달러 강세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ECB의 통 큰 양적 완화로 추가적인 달러 강세가 예고된 셈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실적 발표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MS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58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MS 측은 매출의 4분의 3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며 달러 강세 여파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의 작년 4분기 순이익도 25% 급감했다. 또 프록터앤드갬블(P&G)은 작년 4분기 매출이 4.4%, 순이익이 31% 줄었다.



‘1달러=1유로’시대 가능성

미국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달러화 가치는 2003년 9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년 전만 해도 80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95 부근까지 올랐다. 달러화 가치가 20% 가까이 뛴 것이다. 유로존과 일본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이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달러 가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유로화 가치가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 패리티(동등성)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달러 강세는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돈이 미 증시 등으로 몰려 시장이 과열되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Fed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달러화 강세가 더욱 심화되면 잘나가던 미 경제도 둔화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줄여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Fed가 달러 강세의 역풍을 우려해 금리 인상 시기를 올해 중반에서 하반기로 늦출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