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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2013년 주식 시장의 자본유입확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7%에 불과하다. 1개월 TB(Treasury Bill) 수익률은 더 낮아 0.05%에 불과하다. 현재 금리로 국채를 살 경우 50년이 지나야 원본이 배가 되며, 위험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1개월 TB로 대상을 바꾸면 그 기간이 1387년으로 늘어난다. 지금부터 1387년 전은 서기 700년경으로 한반도에서 고구려가 멸망하고 통일 신라가 만들어지던 때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현종이 ‘개원의 치’를 열었고, 서양은 프랑크 왕국의 카롤링커 왕조가 성립되던 때다. 현재 금리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태인지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2% 가까이 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미국의 투자자들은 국채 투자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65조 달러 규모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있는 선진 14개국 대부분이 제로에 가까운 단기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2013년에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걸로 생각하고 있다. 상황이 만만치 않다. 증가율만 보면 2012년에 이미 정점을 기록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자산에 외환보유고를 더한 총유동성은 2011년에 3조 2,000억 달러가 늘어났다. 반면 2012년은 증가액이 1조 4,000억 달러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무역 불균형이 다소 줄어 이머징마켓의 외환 보유고 확대가 멈췄고, 미국의 QE2, QE3가 2010년 말 시행된 QE1에 비해 강도가 약했던 점이 증가율 둔화의 원인이었다.


 

2013년은 유동성 증가 요인과 둔화 요인이 혼재되어 있다.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을 강화하는 건 긍정적이다. 미국은 월간 85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고, 일본은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양적 완화 강화가 점쳐지고 있다. 미국에서 경기 회복에 따라 양적 완화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본격화될 때가 아니다. 두 나라의 유동성 공급은 2011년은 못 돼도 작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선진국 이외에서는 유동성 증가가 현저히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경기의 회복이 빠르지 않아 유가의 상승 탄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이는 아랍과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가 늘어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되는데, 미국 등 선진국 국채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엔화도 유동성 축소 요인이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가 결실을 맺고 있다. 엔화가 약세 전환될 경우 장기적으로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일본 은행들이 자본을 수출하는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2013년 상반기까지 중국 수출이 나아지기 힘든 점도 문제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 축적이 더뎌지고, 환율 정책이 약세에 맞춰질 경우 달러화 유동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의 표에서 보듯 금융위기 이후 4년 동안 글로벌한 차원에서 7조 달러의 총유동성이 형성됐다. 실물에서 필요한 부분을 고려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14개 주요국의 GDP에 대한 M1의 비율에서 추세 치를 제거한 머니갭을 보면 2008~2011년까지 잉여 유동성이 축적된 후 2012년에 줄어드는 걸 알 수 있다.


유동성이 역할을 한다면 기존 누적분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자금의 성격이 신규일 경우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반면 과거에 축적돼 있는 자금일 경우 역할은 하락을 방어하는 게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을 돌아보면 이런 모습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작년은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종합주가지수가 1,800P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주로 했다.


올해 유동성 공급은 정책적 요인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그 양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왔고 그 효과가 실물 경제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추가 공급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 가능성을 고민해 보자. 시장에는 이동이 일어날 거란 기대가 많다. 그 증거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 선진국 시장에서 주식형 뮤추얼펀드 및 ETF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 규모가 80억 달러 증가한 반면, 채권형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은 10억 달러가 줄어 들었다. 이는 11월까지 하고는 다른 모습이다. 11월 개월 동안 주식형 펀드에서는 1,3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반면, 채권형에서는 2,500억 달러가 늘어났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줘 12월 한 달간 외국인이 4조 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앞으로 계속될까?

장기 금리 변동과 주가 흐름 양쪽을 가지고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는 1922년대, 1945년, 1980년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1922년은 5%였던 금리가 23년에 걸쳐 2%까지 내려오는 시작점이다. 금리 움직임이 시점에 따라 달랐는데 22년 이후 10년간은 4~5%대에 머물렀던 반면, 30년 대공항을 지나면서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했다. 1945년은 반대로 금리가 저점을 기록한 후 상승하는 출발점이었다. 45년에 금리가 최저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50년까지 5년간 2%가 안 되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은 1980년이다. 70년대 내내 인플레에 시달리던 연준은 강력한 정책을 통해 인플레를 종식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다. 기준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는 강수를 뒀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14%까지 상승한다. 이후 금리는 정책이 약해지면서 빠르게 하락한다.


앞의 세 경우를 통해 정책이 아닌 펀드멘털에 의한 금리 전환은 느리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년 8월에 금리 하락 추세가 끝났다. 이번 금리 하락은 32년간 이어졌기 때문에 다른 때와 비교해 짧지 않다. 하락 폭 역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5%에서 1%대 중반까지 떨어질 정도다. 금리가 오래 하락했기 때문에 빠른 상승 전환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최소 2~3년 바닥을 다진 후 방향 전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변화에 따라 자금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작년까지는 금리가 떨어져 자본 이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자금을 채권에 묶여 놓을 수 있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실질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금리 흐름이다. 현재 저금리는 저성장과 정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앞으로 2~3년간 더 계속될 것이다. 이는 자금 흐름 역시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올해에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시작되겠지만, 수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칠 것이다. 작년 막연하게 얘기되던 시중 유동성 확대가 주식 매수 자금 증가를 통해 약간 구체화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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