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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위안화값 2주간 상승

중국 위안화 값이 사흘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출 둔화, 무역수지 적자, 제조업 경기 하강 등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위안화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달러당 위안화 가격을 전날보다 0.0018위안 오른 6.2840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23일 이후 거래일 기준 사흘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안화 값은 지난 15일 달러당 6.3359위안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8일 만에 0.82% 절상됐다.

이러한 위안화 가치 상승에 시장에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금융당국은 그동안 미국ㆍ유럽의 온갖 압력이나 회유에도 위안화 평가절상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해왔다. 그런데 경제 변수들만 보면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야 할 요인이 많아진 상태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가 올해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2월 무역적자가 314억달러에 달했고, 1~2월 무역수지도 42억달러 적자다.

경제 상황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1~2월 수출 증가율이 6.9%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월에 48.1을 기록해 5개월째 50을 밑돌았다. PMI가 50 아래면 경기가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취훙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내수 증가세가 모두 낮아지고 있어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더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값 강세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임호열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경제 바닥 시점이 1분기에서 오히려 2분기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도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상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달러화ㆍ유로화ㆍ엔화 등 약세가 위안화 절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위안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이달 중순 중국 국채를 최대 650억위안(약 11조3000억원)어치 매입하기로 한 것도 위안화 절상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비경제적 요인, 즉 정치ㆍ제도적 요인에서 이유를 찾는 분석도 제기된다.

26일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발언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고 있다. 후 주석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설사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해도 미국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에 대한) 시장 역할 확대를 허용하고 환율 변동폭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위안화 절상은 미ㆍ중 정상회담을 맞아 중국이 미국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리경제 체제인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위안화 환율 일일 변동폭 확대에 앞서 시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과 원자바오 총리에 이어 후 주석까지 환율 자유화 조치를 시사한 만큼 중국은 조만간 환율 변동폭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일 변동폭 ±0.5%를 ±0.7~7.5%로 확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런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미리 환율에 변화를 줌으로써 앞으로 나타날 부작용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싱예(興業)은행의 루정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환율 변동폭이 너무 작아 시장에 리스크 관리 의식이 없다"며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