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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바젤Ⅲ 시행 9개월 앞두고 `유럽 또 내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 재정 건전성 기준을 강화한 `바젤Ⅲ`가 시행을 1년도 채 안 남기고 삐걱거리고 있다. 재정ㆍ금융위기로 정작 은행 건전성 조치가 가장 필요한 유럽 내 일부 국가가 `유연한 적용`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는 2일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배포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선호하는 시스템은 EU 단일시장 원칙을 훼손하고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무엇보다 EU 역외 외국 은행들에 부당한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유럽집행위원회(EC) 산하 기관인 ESRB는 유럽 은행과 보험ㆍ증권사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경고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설립됐다. 위원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가 겸임하고 있다.

ESRB가 보고서까지 발간하며 영국을 비난한 것은 다음달 바젤Ⅲ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EU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영국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바젤Ⅲ가 EU 회원국 자율성을 훼손한다며 개별 국가와 금융권에 `유연성`을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EU 집행위행위는 바젤Ⅲ에 대한 큰 틀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기준은 개별 회원국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측 주장에 스웨덴 네덜란드 헝가리 체코 등도 동조해 이대로라면 바젤Ⅲ를 EU 법규로 통과시키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내년 1월 시행을 위해서는 연내에 EU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예정대로 바젤Ⅲ가 시행되면 영국 정부는 (국가 재정이 은행에 투입돼)납세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자국 은행에 대한 영국 금융감독기관 권한도 상당히 제한 받는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는 서유럽 거대 은행들이 자기자본 충족을 위해 지점 폐쇄 등을 통해 돈을 빼내가면 자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반면 EU 집행위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은 바젤Ⅲ를 규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해도 EU 개별 회원국이 아닌 EU 차원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SRB는 보고서에서 "회원국별로 금융규제에 대한 권한을 휘두르면 EU 전체 거시 성장전략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금융거래세 도입 여부로 갈등을 빚었던 영국과 독일ㆍ프랑스가 이번엔 바젤Ⅲ 문제로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U 재무장관들은 다음달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 < 용어 설명>

바젤III :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내놓은 은행 자본 건전화 방안. 기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규제를 세분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 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으로 바젤II와 동일하나 보통주자본비율은 4.5% 이상, 기본자본(Tier 1)비율은 6% 이상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