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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회담 취소한 5가지 핵심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당신과 함께 그곳에 있기를 매우 고대했지만, 애석하게도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기반을 두어,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북한 측의 ‘분노’와 ‘적대감’이 회담을 취소한 진짜 이유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위의 만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좋게 밀어붙였던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취소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펜스 부통령 모욕


트럼프 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취소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으로 꼽힌다고 미국의 시사 매체 뉴스위크가 이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21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만약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으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났듯이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폭스 뉴스 앵커가 북한과 리비아를 비교하는 것은 위협으로 들린다고 지적하자 “글쎄, 나는 그것이 사실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 (무아마르) 카다피를 지키는 합의는 없었다. 만약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하는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이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미국 부통령의 입에서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북한의 핵 대 핵 대결 위협


최 부상은 이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굳이 마주 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평화 회담의 유일한 대안은 ‘핵 대결’이라는 주장에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 부상이 말한 핵 대결 부분을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것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우리의 핵 능력)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드린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핵 버튼이 있다고 위협하자 “내가 가진 핵 버튼이 더 크고, 심지어 작동하기까지 한다”고 응수했었다. 뉴스위크는 “북한의 (핵 위협) 성명으로 트럼프 정부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강경파 일색 트럼프 이너서클(inner circle)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팀을 슈퍼 강경파로 개편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 취소 사태를 몰고 온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였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북한 정권 교체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장(CIA)을 중용했다. 미 육군 내 최고 전략가로 꼽혔던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쫓겨났고, ‘북한 조기 폭격론’과 ‘북핵의 리비아 모델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존 볼턴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펜스 부통령-폼페이오 장관-볼턴 보좌관으로 구성된 슈퍼 매파 3각 편대가 북·미 회담이 좌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볼턴 보좌관은 최근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 발언을 촉발했다. 그의 뒤를 이어 펜스 부통령이 다시 리비아 모델을 거론했고, 북한의 최 외무성 부상이 강력히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카드를 던졌다.



◆트럼프는 실리를 챙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북·미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핵 실험장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진 직후에 회담 취소 발표를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미 회담의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3인의 석방을 요구해 이를 관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3인이 풀려나자 새벽 3시에 앤드루 공군기지로 달려나가 이들은 맞이하는 화려한 ‘환영 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김 위원장보다 확실하게 협상의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고, 회담 취소라는 강수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굴복하고, 다시 협상장에 나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 실패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걷어찬 것은 회담 실패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노벨 평화상을 받은 뒤 역사 교과서에 ‘위인’의 한사람으로 기록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북한이 먼저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 위협을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상대인지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 위원장과 회담장에서 마주 앉았다가도 그가 비핵화에 협력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겠다고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회담장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굴욕을 맛보기보다 차라리 회담을 취소해버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