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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서 알려준 선물옵션 트레이더 육성방법

"끼 있는 '돌+아이'들을 찾습니다!" 


'퀵마우스' 노홍철 같은 연예인 모집공고가 아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수백, 수천억을 굴릴 '선물옵션트레이더'를 찾는 모집광고다. 





교보증권은 예비 선물옵션트레이더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지식과 상관없이 오로지 '끼'와 자질만을 보기 위해 학력 조건도 아예 없앴다. 스트레스 대응 능력, 암산능력 등 숫자감각, 집중력 등만을 평가한 결과 200명의 지원자 가운데 '끼'가 다분한 5명이 선발됐다.


교보증권 트레이딩센터의 문찬걸 선물옵션상품파트장은 25일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구조화된 상품이 아니라면 트레이딩을 하는 데 지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 보다는 선물옵션트레이더로서의 '끼'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은 많이 아는 것보다는 시장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국내 에선 아직 선물옵션트레이더를 선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뽑고 난 뒤에도 구조상 인력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도 '길러봐야 외국계나 대형사에 빼앗길 것'이라는 이유에서 인재를 육성하기보다는 경력직을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선물옵션트레이더, 뽑기도 키우기도 어렵다


국내 금융기관에서는 해마다 트레이더를 늘리고 있지만 선물옵션트레이더의 체계적인 교육과 선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해진 프로그램도 없지만 뽑는 기준도 증권사나 은행마다 '중구난방'식이다. 


전구택 현대증권 선물옵션팀장은 "회사에서 훈련된 선물옵션트레이더를 시장에 투입할 경우 성공할 확률은 100명 중 3명도 안된다"며 "몇 개월 수익을 낸 결과만으로 평가할 경우 트레이더가 경험하지 시장에 맞닥뜨릴 때 속절없이 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장외파생상품 트레이더의 경우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될 정도로 시장이 좁은 것도 문제다. 


4년 째 장외선물옵션상품 트레이딩을 하고 있는 차기현 우리투자증권 에쿼티(Equity)선물옵션팀 차장은 "이제 국내 ELS, ELW 트레이더들은 웬만하면 다 알 정도로 이 바닥이 너무 좁다"며 "장외 선물옵션상품을 제대로 하는 직원이 별로 없는 데다 전문가라고 하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 기껏 키우면 '남 좋은 일'


상대적으로 작은 증권사 입장에선 '키워서 남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찬걸 파트장은 "기껏 키웠는데 외국계나 대형 증권사로 이동하면 회사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외 선물옵션상품 트레이더의 경우 외국계로의 이동이 잦은 편이다. 국내 증권사에 비해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데다 대우도 좋기 때문. 


이재용 대우증권 선물옵션상품지원팀장은 "이직을 통한 몸값 상승이라는 증권업계 특유의 인력시장구조가 선물옵션트레이더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며 "외국계가 기본적으로 신규인력을 채용, 양성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숙련된 경력직을 영입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양성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빼앗기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인력 양성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보상 또는 외국계에 대한 패널티 적용 등 일정 수준의 '신사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선진국에선 '팀워크'가 비결


해외에서는 선물옵션트레이더의 절대적인 숫자도 많지만 교육 수준도 질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 비결은 '팀워크'에 있다. 


팀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팀장이 책임지고 선물옵션트레이더를 선발, 육성한다. 미국 시카고에서 트레이딩 시스템 연수를 받은 전 부장은 "외국에선 팀의 성과에 팀장 자신의 성과급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인재 육성을 매우 중요시 한다"며 "국내에선 팀이 있어도 후배 트레이더를 키운다고 해서 부서장의 성과급이 많아지지 않기 때문에 젊은 선물옵션 트레이더를 키울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고참 트레이더들도 성과가 안나오면 국제부나 지점으로 발령날 수 있기 때문에 자기매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트레이딩의 성과 평가기준과 적절한 지급체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장내 선물옵션상품 트레이더의 경우 개인 매매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만 장외 선물옵션트레이딩의 경우 팀 별로 받게 된다. 차기현 차장은 "급여 수준보다는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냐가 더 중요하다"며 "팀별 성과급을 줄 경우 배분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 '키워주는' 시스템, 정보교류 활성화 필요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은 '이미 숙련된 인력을 영입해 써먹는 시스템보다는 '인재를 키워주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용 팀장은 "외국에서처럼 주니어 트레이더들간의 경쟁을 통 시니어나 전문 선물옵션 트레이더로 선택받는 치열한 양성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현업 수요 및 시간적인 제약에 따라 이런 노력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현재의 개별 성과급 제도 하에선 고참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후진 양성에 힘쓸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신영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대리는 "아무래도 외부에서 영입된 고참들은 자기 매매 성과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기 때문에 후배 육성에 매달리기 어렵다"며 "후배들이 일을 잘 배우기 위해선 좋은 선배를 만나는 '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능력이 중요시되는 트레이더의 직업 특성상 자기 노하우를 쉽게 가르쳐주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 간의 '정보 교류의 장'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현재로선 주로 공식적인 모임보다는 개인적 또는 업무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소모임이 활발한 편이다. 


이 대리는 "선물옵션시장협의회 은행연합회 등의 기관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의 모임을 주최하거나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무적인 지식을 배우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보다 체계적으로 선배들의 노하우와 정보를 얻을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