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전략은 하락을 가정한 베팅이다.
우리 국내 상황과는 확실히 다른 작년 말의 분위기였다.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를 강화할 때 금통위는 지난 11,12월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재정절벽 문제로 시장이 불안감이 컸는데도 말이다. 매파적인 호주 중앙은행도 12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환율 문제에 있어서는 더 심하다. 지난 5월 1,180원대에서 12월 마지막 날까지 원/달러 환율은 의미 있는 반등 한번 없이 하락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은 미미했다.
외환 시장에 정부의 개입이 일상화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유럽 부채 문제와 재정 절벽 우려가 고조되는 시점에도 원화의 일방적 강세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경각심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정부의 무관심 또는 비자발적인 태업은 시장의 환율 방어 기대감을 약화 시켰고, 주요 지지선은 힘없이 무너졌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지난 4분기 정부와 중앙은행은 거의 아무 역할도 담당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정부와 통화당국의 시장자율주의(?)는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 때문이었다. 따라서, 차기 정권이 출범하려는 현 시점에 우리는 강한 정책적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준 금리 인하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 금리를 현행 2.75%로 동결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8%로 내놓으면서 1분기 내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기준 금리와 성장률간에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2.8%의 성장을 예상하면서 현 기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둘째로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가능성이다. 물론 현재 인수위는 추경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고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약을 실현하고 총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정부 지출의 확대가 필요하다. 여권 일각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추경예산 편성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들로 판단하건 데, 적어도 2분기 내에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취등록세 감면 연장을 비롯한 부동산 대책과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한 정책도 조만간 체계를 갖출 것이다. 취등록세 감면은 당장 1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말 연장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역시 현정부와 정치권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새 정부의 정식 출범이 가까워질수록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강화될 것이다.
1월 말부터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이전까지 위에 언급한 정책 이 외에도 환율 대책과 노동 시장 문제 그리고 재정 집행에 대한 정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정부의 실질적인 도전 과제는 경제 성장이다. 이미 한국은행과 재정부가 3% 미만의 경제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면, 정권 초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물론, 그런 정책들이 실제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는 올해가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다행히 글로벌 매크로 상황은 개선되고 있고, 중앙은행과 각 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베팅을 한다면 향후 한 달만큼 호기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 대세 상승도 가능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정책 기대감이 반영된 주가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가장 위험한 전략은 하락을 가정한 베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