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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대출이자도 못 내는 기업 증가..은행에 부메랑 될까

대출이자도 못 내는 기업 증가..은행에 부메랑 될까


1997년 외환 위기의 주범 가운데 하나는 기업대출이었다. 


은행과 제2금융권에 국민총소득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부실기업의 부채를 정리하고 나서야 위기는 겨우 극복될 수 있었다. 


대신, 당시 5대 시중은행(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의 간판은 오늘날 금융가에서 사라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영업수익으로 은행에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1997년에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기업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자 감당 못하는 상장기업 증가…기업 어음부도율도 최악 


한국은행의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상장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3.2%)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작년 3분기 세전 순이익률도 2009년 1분기(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0%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따라 이자보상비율은 2013년 3분기 477.6%에서 지난해 3분기 389.4%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얼마만큼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금융비용의 4.8배였다가 1년 만에 3.9배로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은 전체의 29.5%에서 30.5%로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이면서 부채비율은 200% 이상인 '쌍둥이 부실 기업'은 2010년 상장기업의 6.2%(93개사)에서 2013년에는 10.1%(177개사)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기업의 어음 부도율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작년 어음 교환액(3천178조2천505억원) 가운데 부도액은 6조232억원으로, 연평균 부도율이 0.19%(전자결제 조정 전)에 이르렀다. 


어음 부도율은 1996년 0.17%에서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0.52%로 치솟은 뒤 2001년까지 고공행진을 하다가 2002년에 0.11%로 하락했다. 


어음 부도율은 어음 사용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과거보다 상징적인 의미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금리의 인상이 현실화하면 금리 부담으로 재무 여건이 어려워지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수익성이 30% 하락하고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우리 기업 10곳 중 3곳이 위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위험 수준이 더 높아진 것으로, 국내 기업들의 체질이 그만큼 더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 "은행 건전성 지표, 우려할 만한 수준 아냐" 


지난해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회수 가능성이 낮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의 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2008년 대비 큰 폭으로 높아졌다. 


또 이런 지표의 은행 간 평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2008년 3분기 0.7∼0.9% 수준이었던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스탠다드차타드(SC)·씨티 등 7개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14년 3분기에 1.1∼2.4%로 범위가 넓어졌다. 


또 2008년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가장 낮은 은행과 가장 높은 은행은 격차는 최대 50%포인트 안팎이었다. 그러나 2014년 3분기에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의 은행 간 격차가 최대 16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개인여신보다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경기악화에 따른 부실에 더 크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건전성 지표가 현재 은행의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 대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당국의 감독 아래 시중은행들이 포트폴리오 관리와 위험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며 "건전성 지표 자체가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어음부도율 등 기업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의 수치가 지난 몇 년간 높아졌다"면서도 "은행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현재 건전성 지표로 은행 생존가능성이 약화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국내 은행들은 자산 중심형 성장이라 경기 활성화되면 금세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건전성이 우수한 은행으로의 고객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금리만 보고 은행을 선택했지만, 기업대출 위기가 고조된다면 건전성 지표가 고객들의 은행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민근 연구원은 "은행 고객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이 어떻게 부실화하는지를 체험한 바 있다"며 "건전성 지표가 계속 악화한다면 고객들의 은행 선택 기준에는 금리뿐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추가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